수림지 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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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장바구니를 다시 챙기며

인생이 일요일 아침의 로또 같군요. 희망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어디쯤에서, 어떻게 구겨 버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남은 건 허탈하고 씁쓸한 감정뿐입니다. 네, 그런 겁니다. 마치 제 차 트렁크에 실린 장바구니 같아요. 종종 걸어서 마트에 가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이면 트렁크에서 쉬고 있는 녀석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끌고 간 날이라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죠. 집에 도착해 지친 몸만 승강기에 구겨 넣고 나서야, 차에 두고 내린 장바구니가 생각날 때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반대인 날도 있습니다. 장을 보고 와서 바구니까지 잘 챙겨 집에 들어왔는데, 다시 빈 바구니를 차에 실어둔다는 걸 잊고 지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또 빈손으로 마트 앞에 서 있습니다. 인생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희망도 있고, 준비도 하고, 제법 애도 쓰는데, 이상하게 꼭 필요한 순간에는 뭔가 하나씩 트렁크에 남아 있습니다. 《수림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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