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벌써 포구를 삼켜버린 저녁이었다. 비린 냄새가 묻어나는 공기가 콧속을 스쳐간다. 봄 기운이 훌쩍 다가섰지만 항구의 밤은 아직 쓸쓸함이 짙게 번져 있었다. 방파제 너머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는 심연에서 울려 나오는 신음처럼 들렸고 기름때가 묻은 천막 포장마차 하나가 겨우겨우 누런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밤을 떠도는 이들에게 유일한 등대 같았다. 안쪽에서는 불판 위 오징어가 지글지글 타들어 가면서, 삭막한 정적을 거칠게 깨뜨렸다. 진득한 냄새와 소주 향이 뒤섞여 천막 안을 가득 메웠다.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갔다. “아 아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 아 우리네 인생” 세영은 포장마차 한쪽 구석에 앉아, 마른 손으로 조심스럽게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유리잔을 감싼 손가락에는 핏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암센터에서 도망치듯 나온 지도 벌써 사흘째였다. 그녀의 등 뒤에는 삼십 년이 넘게 쌓인 삶이 암세포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스무 살도 ...
항구의 전깃줄 - 최우수작, 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