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지 0호

항구의 전깃줄 - 최우수작, 글그림

2장 고장난 어선

시간은 닻을 내린 배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흘러갔다. 도윤과 세영은 항구 끝자락, 허름한 생선가게 뒤편 한 구석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했다. 차가운 쇠문이 삐걱거리는 컨테이너는 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축축하고 어두웠다. 매트리스 두 개가 나란히 놓인 곳에서 그들은 밤을 보냈다. 은은하게 퍼진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깊이 스며왔지만, 병원 소독약 냄새에 비하면 그래도 견딜 만했다. 적어도 여기는 강요된 생명 연장의 시간이 아니었으므로. 아침이면 온몸이 찌뿌듯한 채로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면 늘 짠 바다 냄새와 함께 비릿한 생선 냄새가 강하게 밀려왔다. 문을 나서면 어판장 가득 쌓인 얼음 위에 싱싱한 생선들의 비늘이 햇살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였다. 두 사람은 묵묵히 일했다. 새벽부터 나가 생선을 트럭에 옮기거나 얼음포대를 옮겼다. 물때에 맞춰 들어오는 어선에서 잡은 물고기를 옮기는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복잡하고 아픈 생각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유일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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