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지 0호

항구의 전깃줄 - 최우수작, 글그림

3장 여름장마

장마가 시작되자 부두는 늘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멈출 줄 모르는 비는 흐느끼는 것처럼 끊임없이 내렸고, 항구 전체는 어느새 우울한 회색빛 장막 속에 잠겼다. 컨테이너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밤새 두 사람의 마음을 따라 퍼져나갔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곳에 양동이를 나뒀다. 매트리스의 습기는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생선가게 주인의 낡은 스피커에서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구성진 뽕짝 노래가 흘러나왔고, 노래 소리에 맞춰 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했다. 장마철 항구는 더 우울해진 듯했다. 전깃줄은 게센 비바람에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흔들렸고, 위태로운 모습은 마치 두 사람의 삶과 앞으로의 시간을 담아내는 듯했다. 세영의 기침 소리는 장마가 깊어질수록 점점 깊어졌다. 낮에는 잠시 가라앉는 듯하다가도 밤만 되면 괴로운 통증이 온몸을 감쌌다. 매트리스 위를 뒤척일 때마다 그녀는 낡은 스프링처럼 삐걱거렸다. 등에 닿는 도윤의 규칙적인 낮은 숨소리가 오직 세영에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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