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지자 바람은 더욱 날카롭게 불어댔다. 항구 전체가 거대한 냉장고처럼 싸늘한 기운에 휩싸였다. 파도는 방파제에 부딪혀 얼음 파편을 만들어냈고, 갯벌은 얼어붙은 굳은살처럼 변했다. 세영은 더 이상 폐지를 줍지 못했다. 여윈 몸은 칼날 같은 바람을 견디지 못해 점점 더 작게 웅크러졌고, 그녀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도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멀리서 깜빡이는 등대, 부두가에 어른거리는 가로등, 배들의 희미한 불빛까지 차례로 세어 본다. 하나, 둘, 셋…. 불빛들은 마치 세영의 기억 조각들처럼 아득하게 다가왔다. 불빛 하나를 셀 때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다음 불빛으로 시선을 넘기기까지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이렇게라도 매 순간을 조금 더 이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그토록 거부했던 ’삶의 시간’을 이제는 붙잡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가 그녀를 죄어왔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통증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되어 가끔 그녀의 모든 감각을 마...
항구의 전깃줄 - 최우수작, 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