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지 0호

항구의 전깃줄 - 최우수작, 글그림

에필로그: 부러지지 않은 봄

겨울 내내 묶여 있던 두 사람의 닻을 올리는 것처럼, 도윤과 세영은 봄기운이 스며드는 항구를 떠났다. 걸음을 옮기기 전까지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익숙한 비린내와 매서운 바람이 그리울지도 모른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도심 곳곳에 꽃이 피던 즈음에 도윤은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기술연수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스스로를 '고장 난 어선'이라 자조하던 그는 이제 스스로를 고치고, 다시 돛을 달아 항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의 인생은 여전히 거친 바다처럼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세영은 한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 암과 힘겹게 싸우는 사이 머리카락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 위엔 도윤이 고른 따스한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비록 아픈 몸이지만 눈빛은 다시 생기가 돌았고, 삶에 대한 간절한 의지만큼은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오던 그 날과는 다른 의미의 자유와 덤덤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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