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파도는 결국 항구로 몰려든다. 해가 저물 무렵, 비극을 삼킨 듯 바다가 깊은 숨을 내쉬면 수많은 삶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진다. 이곳에는 묶여 있는 이들과 낯선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채념한 채 가라앉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언젠가 기적처럼 다시 항해하기를 꿈꾸는 영혼들의 마지막 안식처인지도 모른다. 버려진 자들이 흘러오는 곳이 바로 항구였다. 바다와 땅이 맞닿는 경계에서 도시의 삶에서 밀려난 사람들, 빛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이 서로의 그림자에 기댄 채 하루를 견디어낸다. 이곳의 풍경 하나하나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포장마차의 흐린 불빛, 짠내 섞인 갯바람,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낡은 전깃줄까지. 겉으로 보면 별것 아닌 평범한 것들이 항구를 붙들어 주고, 위태롭게 이어진 삶들을 실처럼 엮어낸다. 이곳에 영원히 머무는 이는 없지만, 또 쉽사리 떠나지도 못한다. 여기는 마지막 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첫 문장을 시작하는 빈 종이 같기도 하다. 그리고 ...
항구의 전깃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