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원고는 텍스트를 영상이나 게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독자는 여전히 문장을 읽고, 작품은 끝까지 텍스트로 존재합니다. 다만 수림지는 이 텍스트가 놓이는 읽기 환경을 작품의 일부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메타버스 원고는 선택지를 누르는 분기형 소설도 아니고, 화려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아닙니다. 조명, 색, 여백, 문단의 등장 방식, 침묵, 속도, 강조 같은 요소를 아주 제한적으로 조절해 독자의 지각과 인지 리듬에 작은 변화를 주는 원고입니다. 말하자면 문장을 읽는 행위에 아주 얕은 입체감을 더하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출이 텍스트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영상이나 음향이 독자의 상상을 채워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가 문장을 더 깊이 상상할 수 있도록 읽기의 호흡을 살짝 조정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런 효과는 EPUB 형식만으로는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EPUB은 독자의 기기와 뷰어 설정에 ...
텍스트에 감각을 더하다 — 메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