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winter-001·2026.01.05

코코아는 여느 때처럼 뜨거웠지만, 달콤하지는 않았다. 정수기가 내려준 물의 양이 달라졌을 리도 없고, 평소처럼 세 숟가락을 채워 저었음에도 알 수 없는 씁쓸한 맛만 더해져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나?'

라벨을 보니 아직 6개월은 충분히 더 먹을 수 있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보며 랜디는 앤디의 말을 떠올렸다.

'그냥 유통기한이 다 된 거라고 생각하자.'

적어도 그 말은 지금의 코코아보단 정확했다. 여전히 앤디의 감성은 이해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거기에 라벨은 붙여줬으니 말이다.

조용히 코코아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콧잔등 위로 뜨거운 김이 스친다. 쓴맛이 더 깊어졌다.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