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 끊어진 악기는 더이상 애처로울 일이 없다. 끊어진 긴장감은 고스란히 시간에 담긴다.
노인은 현이 끊긴 콘트라베이스다. 늘 공원을 찾아 긴 벤치의 가장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말없이, 묵직하게. 벤치의 빈 자리에 누군가 앉아주길 기다리는 자세. 그렇지만 누가 앉아도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저 목에 감긴 목도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풀었다가, 감았다가, 접었다가 반복할 뿐.
그런 노인이 유일하게 관심을 표현하는 대상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네다섯살쯤 되는 아이들에게서는 좀체 눈을 떼지 않았고, 곧잘 애들 손에 사탕을 쥐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목도리에 수 놓인 이니셜도 잊지 않고 더듬었던 탓에, 수가 놓인 자리는 이미 번들번들해질 정도였다.
콘트라베이스를 닮은 노인은 오늘도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삐걱삐걱 관절의 소리를 내면서. 사람들은 모를 악보를 보는 것인지 휑한 눈으로 먼곳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그게, 그 시간, 그 순간이,
노인의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