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눈에 담기는 날이었다.
짙어진 녹음이 흔들리며 울음을 흘렸지만, 볼프강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담배를 채우지 않은 빈 파이프를 그저 멍하니 내려다 볼 뿐.
말라 있는 두 눈은 지난 시간의 어디쯤을 더듬었다. 당장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하늘은 그런 볼프강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먹구름만 잔뜩 피어올릴 뿐, 고요했다.
적막을 깬 건 빈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야 늘 똑같지 뭐. 습하고, 땀이 나고, 덕분에 모기가 꼬이고, 잠을 설치고. 그게 다야. 그냥, 밤새 모기에게 누가 더 뜯겼는지, 내기할 사람이 없어진 거 뿐이야."
거짓말이었다.
이젠 혼잣말조차 낯설어졌다는 것을, 여전히 잠을 설친 새벽에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두 잔씩 내리고 있다는 걸 볼프강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 선선해지면 보던지."
전화를 끊고 나니 그제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길고 긴 장마의 시작을 알렸지만, 볼프강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건 길고 긴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