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쓴 글이 당선이 되면 어쩌죠? - 걱정마세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니까.
AI 창작물은 미완의 결과물이다.
요즘 글쓰기 강좌를 하다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AI로 쓴 글도 제가 쓴 글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제가 AI로 쓴 글이 공모전에 당선이 되면 어떻게 되나요?"
질문을 받은 나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걸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수강생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도전 욕구를 꺾지 않고, 다정하게 대답해주기란 정말 어렵다.
AI는 모두의 도구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질문이 되고 있다는 건 AI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수강생들은 평소 AI에게 뭔가를 써 달라고 해서 생성 결과물을 받았을 테다. 그리고 꽤 그들 개인의 마음에 들었을 테고, 그랬으니 내게 던져보는 질문일 텐데,
난 그 질문에 배신하는 답을 줄 수밖에 없다.
첫째로, 내가 AI를 쓴다는 건 타인들도 다 똑같이 이젠 AI를 쓴다는 거다.
당장 내가 쓴 원글을 고쳤든, 내가 영감을 얻어 던져준 소스로 결과물을 생성했든, 그 생성 과정에서 자신만의 어떤 고유함을 녹여내지 못했다면, 그건 그냥 AI가 레퍼런스에 맞춰 생성한 결과다.
그러니 그게 꽤 압도적으로 그럴싸하게 보인다거나, 그 자체로 완성물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본인의 평소 문장력이 소위 잘쓴다는 사람들의 '평균값'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는 말이다.
혹자들은 AI만의 어떤 생성 패턴을 인지하고,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거나, 기계적으로 잘라낸 문장 구조가 어색하다거나 하는 표현들을 쓰기도 하던데,
여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시대도 자꾸 변하다보니 실제 AI가 쓰는 글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신춘문예 공모전 심사평도 꽤 인상적이었던 게 "예년에 비해 전반적인 수준이 대폭 향상된 점"을 거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는 건 이제 글을 쓰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일 뿐, AI를 쓴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경쟁의 문턱은 오히려 더욱 좁아졌다는 말이 된다.
AI는 매번 다른 걸 생성한다
AI에게 거는 기대치가 클수록 AI에게 단순한 자연어로 명령어를 내리기 마련이다.
"다음을 읽고 다듬어줘." "이걸 다시 써줘."
같은 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맘에 들었을 경우다. 그럼, 다음 번에도 과연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냐면, 여러분이 대학 4학년 과정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을 AI와 함께 생성해냈다고 치자. 생성물의 모든 게 꽤 맘에 들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 흥분된 마음으로 레포트를 또 AI와 생성을 해본다. 과연 전날 자기소개서 만큼의 만족도를 레포트에서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겉으로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전날의 쓴 글과 오늘 쓴 글의 문체가 닮았을까?
그거야 글의 장르가 다르니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 지점에서 결과는 나와버렸다. AI는 기본적으로 실력이나 문체, 그 외 스타일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없다. 이걸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스타일을 자신이 확고하게 알아서 스스로 프롬프트를 고정적으로 입력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면,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잔인해질 수밖에 없겠다.
"공모전을 통과하면 어쩌죠?"
"뭐, 운 좋게 통과했다고 치죠. 그리고 님에게 누가 원고를 청탁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님은 그때와 같은 수준으로 의뢰인을 만족 시킬 수 있을까요? 공모전 때와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로 글을 써서 준다면, 과연 원고를 청탁한 측에서는 뭐라고 생각을 하게 될까요?"
AI는 미완의 결과물을 생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AI에 대한 신뢰가 강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
그래서 매번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가 '퇴고'다.
AI의 생성물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제발, 꼭,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다시 고쳐서 써보라는 거다.
만약 이 과정이 두렵다면, 그건 그만큼 준비가 덜 된 것이니 입을 닫고 그저 무작정 습작하며, 수련을 해야 할 때다.
AI에게 기대어서는 결코 멀리 갈 수가 없다.
AI는 기본적으로 학습된 결과대로 토해낼 뿐이다. 대략 이런 단어 다음에는 이런 단어가 온다 식으로 설계된 게 하나의 시스템일 뿐이다. 시스템은 문장을 평가하거나 선택하는 주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외성을 목표로 삼지 못하고, 여러 층위가 겹쳐진 서사나 복잡한 맥락을 스스로 유지하지도 못한다. 은유나 비유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더 안전하고 평평한 방향으로 문장을 되돌려 놓는 경향을 보인다.
쉽게 말해, 내가 아주 고급진 창의적인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도 AI는 그걸 못 알아보고 오히려 흔히들 쓰는 표현을 제안할 때도 있다는 거다.
그들은 학습된 레퍼런스에 충실한 기계이기 때문에, 항상 실패하지 않을 문장, 무난한 결과 만을 추구한다. 인간의 정서나 오감을 향해 모험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이다.
그러니 AI가 생성하는 모든 문장은 미완의 상태에 불과하다. 마무리는 늘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