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펀딩을 하려는 이유

내가 펀딩을 하려는 이유

시장 구축보다 시스템을 먼저 만들다

2026. 2. 6.#펀딩#플랫폼#팔로우#1만#시장구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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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꿈꾸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자신이 그간 공들여 썼던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다.

분명 그건 설레고 기쁜 일이 틀림없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내겐 해당사항이 없다.

왜냐면, 책이라는 게 출간만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는 걸 너무 빨리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다음, 다음, 그 다음으로 이어질 일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뜨거울 정도다.

그래서 머리를 좀 식힐 겸 다음의 글을 써본다.

플랫폼 펀딩의 벽

내가 수림 스튜디오라는 독립플랫폼을 만든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펀딩도 그 중 하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와디즈나 텀블벅을 떠올린다. 그만큼 플랫폼의 힘이 강력하단 소리다.

그럼, 대체 이들 플랫폼은 어째서 강력한 것일까? 그건 바로 광고다.

플랫폼 펀딩은 수수료를 받고, 그 돈으로 광고를 돌린다. 물론, 이 광고라는 것도 수수료를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지만, 결국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나의 상품이 빠른 시간 안에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신제품, 아이디어상품, 예술기획 상품 등에 목마른 잠재고객들에게 먼저 알려지는 것이라서 힘이 있다. 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수료가 좀 비싸고, 추가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플랫폼 펀딩을 1순위로 두지 않았다. 왜냐면, 광고채널에 직접 접근해서 적당한 가격으로 도전해볼 생각이 있다면, 그 비용을 굳이 플랫폼에 지불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플랫폼이 비대해진 만큼 소비자들도 너무 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 몰아치는 광고에 지쳐있거나, 이미 다른 우수한 상품에 지갑이 털린 뒤다.

그런 치열한 틈바구니 내에서 결판을 내려면 디자인이 매우 우수하거나 가치를 바꿀만한 무엇이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과연 그게 가능할까???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인에서 멈추게 된다.

그렇다고 속상하다고 푸념할 필요는 없다. 늘 그렇듯이, 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만이다.

왜 하필 독립플랫폼 펀딩인가?

  • 사업비 없음
  • 디자인이 미려하지 못함

두 가지 이유로 난 처음부터 플랫폼 펀딩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내 독립플랫폼을 이용한 펀딩이다.

그럼,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우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부터 확인하자.

와디즈 펀딩이든, 텀블벅 펀딩이든, 남들이 하니 나도 해보자고 시작한 이들이 정말 많을 텐데 지인 외 제 3자 결제가 과연 전체의 몇 %일까?

요즘에는 모두가 덤비는 시장이다 보니 다들 비슷한 전략을 쓴다. 바로 ‘몇 % 초과 달성’ 같은 건데, 기대치를 낮춘 금액을 우선 적고 거기서 지인들의 도움으로 200% 정도를 초과달성하게 되면 아무래도 플랫폼으로부터 약간의 푸시를 더 받게 된다.

헌데, 문자 그대로 약간의 푸시다. 그게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리고 아이템, 그러니 콘텐츠 자체가 매력이 없다면 300%, 500% 초과달성이 찍혀 있어도 지인 외 결제 비중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기도 한다.

즉 이 펀딩이란 것도 결국 스스로 시장구축이 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의외로 답은 더 간단해지는 거다.

아, 그래, 내가 내 팬을 늘려서 시장 구축부터 하면 되는 거구나!

시장 구축의 허와 실

문제는 그 시장 구축이란 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하냐는 거다.

SNS를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많은 이들이 만 단위 이상의 팔로우를 바라고 인플루언서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만 단위로 팔로우가 생기면 정말 나의 시장이 자연스레 구축되는 걸까?

내가 평소 드립이나 치고, 요리만 해왔다고 가정을 해보자. 매번 그런 썰만 풀다가 어느 날 책이 나왔다고 알리면, 1만 명 중 실제로 지갑을 열어주는 몇 명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1만 명에 육박하는 굉장한 숫자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절반의 절반, 다시 그것의 절반에 미치기도 힘들다. 왜냐면 일단 관심사가 전혀 다른 영역의 상품이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게 괜찮은 상품인지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책이라는 아이템의 특수성도 감안을 하면, 정말 그 정도만 나와도 잘 나온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헌데, 내가 늘 글을 쓰는 이야기, 작가의 일상 등으로 피드를 채우다가 책을 낸다면 어떨까? 관심사가 꾸준히 축적되었을 경우에는 앞서보다 훨씬 괜찮은 숫자가 나와 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래도 기대 만큼에는 이르지 못하리라.

왜냐고? 그건 실제로 나의 피드를 지켜보는 1만 명이 모두다 나의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1만 명 중 여러분이 꾸준히 소통하는 ‘친구’는 많아도 최대 50명? 100명 정도를 넘지 못한다. 이건 물리적인 시간 에너지의 벽이다.

친구란 건 나와 같이 동등한 관계가 친구인 거다. 이건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변함이 없는 진리다. 사람은 돕는 자들끼리 돕고, 인사를 나누는 이들끼리 뭉치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작정 1만 명 이상을 만들어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견디지를 못한다. 내심 일방적인 관계를 꿈꾸며 시작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타인을 대하지 못하니 당장 재미도 없고, 가시적인 성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왜? 팔로우가 많으면 시장 구축이 저절로 되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것일까?

그건 1만 명이란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최소 1만에 이르기까지 소비되는 요소들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어떤 플랫폼이든 0에서 시작하여 1만이란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걸 단숨에 깨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치트키를 가진 소수다.

그 소수가 가진 건

  • 이미 구축된 사회적 인지도. 연예인이나 정치인, 스포츠 스타, 셰프 같은 경우다.
  • 특출한 외모. 비주얼이 깡패인 시대다. 이건 타고나야만 한다.
  • 분야의 압도적인 전문가. 그래서 다른 분야의 일반인도 알 정도인 경우.

그래서 이런 치트키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들은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노력이란 건 앞서 말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타인들에게 무난하게 전달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로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린 컨셉 등을 잡아서 자신의 존재 각인을 유도하기도 한다. 맞다, 요즘 한창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들이 여기에 일부 속하는 것이다.

그렇게 0에서부터 10, 100, 1000으로 올라간다고 해보자. 그러는 동안에도 실제 소통하는 건 들쭉날쭉 있다고는 해도 결국 50~100명의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공감을 표현해주고, 막연한 농담을 주고받는 관계다.

여기서 시간을 기하급수적으로 앞당겨주면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려면 결국 인간적인 면이 압도적이라고 소문이 나거나, 인간극장 급의 유니크한 사연이 있거나, 비대칭의 정보나 아이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만 한다.

대부분 그런 콘텐츠나 아이템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나 만족을 보지 못한 채 활동을 접게 되는 거다.

콘텐츠의 힘과 지속성

그렇다는 건 원점으로 돌아온다. 팔로우 수도 문제가 아니었고, 활용하는 플랫폼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에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건 누구도 쉽게 풀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풀어봤자, 믿지도 않는다.

왜냐면, 가시적 성과를 보기까지 너무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듭 강조하지만, 최소 1만 팔로우 같은 숫자를 겨냥할 게 아니다. 그 1만이란 숫자에 닿기까지 필요한 요소들이다.

시간이란 자원을 녹여야 하고 인내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관계에 에너지를 써야 하고 아이디어 생산에 에너지를 써야 하고 무엇보다 이게 흐름이 끊겨서는 안 된다.

정말 어려운 것이란 이야기다. 시장 구축, 그건 결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걸 잘 다져놓은 사람들이 그간 플랫폼 펀딩에도 좋은 결과를 봤었다.

이쯤에서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자.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오해는 깨끗하게 접어버리고, 다시는 꺼낼 생각을 말자.

그래서 시장 구축보다 먼저 시스템 구축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시장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모습보다 먼저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습부터 보여주기로 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시스템이란 결제·배송·콘텐츠 공개·아카이빙이 한 곳에서 돌아가는 구조다.

어차피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면, 홀로 제어 가능한 시스템부터 만들고 이게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부터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의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타인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그런 믿음으로 지난 몇 개월간 난 독립플랫폼을 만들고, 내 콘텐츠와 직결되는 웹앱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내 사이트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이런 일련의 모습을 통해
동시에 직접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시장 구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판매부터 열을 올려 모두가 쓰는 시스템에 기대어 가려는 선택이 과연 만족할 만한 결과인지를. 오히려 내가 홀로 소수를 상대로 쌓은 탑에 비해 결코 견고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무리하게 모두에게 신세를 져서 초과 달성 몇 백%를 기록하였다 한들 제 3자 결제 비중이 고작 전체에서 한 자리 수치라면?

그렇다면 자체 펀딩으로 100권조차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제 3자에게 전달되는 영향력이 동일하거나 비슷하다면?

아무튼 결론은 이거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나는 지금 그 몸을 갈아 넣는 중이다. 결과는 조만간 공유하겠다.


위 이미지는 이번에 펀딩을 위해 제작한 책갈피다. 프로젝트 '겨울이었다' 두 편이 앞뒤로 적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쇄 외에는 수작업이다 ㅎㅎㅎ

책갈피 관련해서 디테일 컷을 하나 더 보여드리자면, 종이의 질감과 색상을 고려해서 먹 1도 인쇄로 하되, 채도를 달리하였다.

그라데이션 하며 끝을 내는 것으로 원글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는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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