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글은 AI슬롭이 아니라, 전략이다
창작과 일상의 구분
요즘 AI로 날려 쓴 글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최근 내 신간에 달린 서평조차 그랬다.
AI를 통한 대생성의 시대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불만스럽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확실히 AI라는 도구는 결과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툴(tool)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세상은 냉정하다. 나는 여차저차 이해한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글과 영상을 싸잡아 ‘AI슬롭’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때로는 문장의 8할 이상을 AI에게 맡길 때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 양심적으로 밝히건대, 나도 AI슬롭을 생성하는 못된 자다.
그런데 이게 진짜 못난 짓일까?
일단 AI로 쓴 것 자체가 잘못이라면, 그건 매우 인정하기가 힘들다.
사실 이건 AI로 뭔가를 만들었다는 것에 열을 내는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들도 회사 업무에서 분명 쓰고 있을 테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쓰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지점에서 열이 받는 것일까?
아마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 ‘AI 사용’ 자체가 아니라, AI를 사용해서 만든 결과물에 대한 불쾌함 때문이리라.
문제는 그 불쾌함이란 것의 폭이 매우 넓다.
노력을 위장해서? 터무니없는 내용이라서? 결과물의 수준이 형편없어서? 거짓을 사실처럼 오해하게 만들어서? 창작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중에서 뭐라도 하나 포함이 된다면, 다수 사용자의 역린을 건드리는 격이 된다.
그래서 난 내 입장이 참 애매하고 난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거다.
“내가 왜 공개된 장소에서 완벽한 내 문체를 드러내야 해? AI학습을 꽁으로 도와야 하냐고??”
창작자들의 비빌 언덕, SNS
사람들이 AI슬롭을 만들었다고 비난 받는 곳은 대부분 SNS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유튜브나 틱톡 같은 특정 플랫폼이 있겠다.
어느 쪽이든, 그런 채널들은 참으로 소중하다. 인지도가 0에 가까운 신인 창작자들에게 인지도를 안겨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채널이니까.
문제는 그런 채널들이 AI 크롤링봇들의 서식지란 거다. 오늘 업로드하면, 며칠 내로 봇들이 먹어치운다.
그리고 빠르면 다음 분기에 그 내용들을 소화시킨 AI가 업데이트 되어 나타나는 식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창작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SNS를 하게 된다. 당장은 AI가 내 것을 그대로 구현하지 않으리란 막연한 기대감만 품은 채. 그렇게 위축된 자세로 유지하는 SNS관리는 그저 재미도 없고, 귀찮은 노동일뿐이다.
그래서 난 창작자들이 보다 더 영리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분하자, 창작품과 일상을.
제대로 혼을 실은 작품은 일부 공개만 하거나, 디지털 워터마크를 넣거나 하는 식으로 제약을 둬야 한다. 제일 좋은 건 개인 도메인에 비공개 페이지로 걸어두고 인증 받은 사람만 드나들게 하는 식이다.
적어도 그렇게 대비해두면, 크롤링봇이 악랄한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공격해서 보안을 넘지 않는 이상에는 안전하다. 무작위로 긁는 학습 행위로부터는 일차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개인의 순수작품, 포트폴리오라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아주 적은 정보만 외부로 노출되게 하자.
물론, 말이 쉽지, 어렵긴 하다. 그래도 해볼 필요가 있다. 원래 자산을 지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니까.
그리고 평소 SNS에는 미완의 것을 올리거나 AI슬롭이라 할 만한 것들이나 올리자. 일상과 창작의 영역을 우선은 구분하자는 거다.
결국 당신은 밈이 될 사람이니까
그러면 또 전문성을 알릴 수 없을 거라고 답답해할 사람도 있을 테다. 창작품을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결국 알지 못할 거라고.
이미 너무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누드로 보이고 있는데,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가리겠냐고.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미 매우 위험한 상태다. 부디 냉정을 찾길 바란다.
자신의 창작품에 자부심이 있다면, 조바심을 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플랫폼에 종속되어 끌려가기 보단 늘 고민하고, 부딪혀서 이쪽의 질서대로 판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작품에 자신이 있다면, 스스로 의심하지 마라. 결국 당신의 작품은 대중에게 밈이 될 정도로 흥하게 되리라.
문제는 그날이 올 때까지의 자세다.
SNS보단 결과로 드러날 창작품에 더 열을 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닿을 수만 있다면
결국 우리는 빨리 가려고 안달을 내는 것이다.
창작품이 나오는 시기에 세상이 바로 나를 알아봐주길 바라서 SNS에 집착하고 창작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그 방법이 과거에는 매우 유용했다. 아니, 지금도 유용하긴 하다.
다만, 그렇게 모든 게 공개된 작품은 이제 곧바로 AI가 학습하여 패러디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는 건 그렇게 공을 들여서 만든 내 창작품이 AI에 의해 공산품 찍어내듯이 초대량 생성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길게 썼지만,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매우 간단하다.
일상과 창작의 영역을 구분하자는 거다. 평소에는 우리가 능력의 절반만 보여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대중에게 잘 보이려다가 봇에게 다 보여주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