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강연가, 그리고 1인출판사 사업가. 현실적인 문제들
정체성을 고민하며 보낸 시간들
일단 살아남고 보자, 그 후.
내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진로에 대해 늘 고민을 한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하고 있다.
분명 나의 시작은 ‘글을 써서 밥을 빌어먹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단 살아남고 보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내게 길을 불러왔고,
길 아닌 것들이 길을 불러온 덕에 현재는 갈림길 위에서 지는 해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참,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시작은 소설가
내 나이 열여섯이었다.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생이 쉬워진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서 생각이 크게 바뀌긴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보단 문학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
알고보면 명예 말고는 건질 게 없는 직업임에도 내겐 그게 훨씬 더 낭만적으로 보였다.
‘문학상을 받아 상금으로 생활하는 작가.’
지금 다시 읽어봐도 마음 한쪽이 짜릿해진다.
그렇지만, 그건 졸업하는 시점에서 많이 바뀌었다.
교내에서는 상을 2년 연속 탔었지만, 전국 단위에서는 내 이름이 언급만 되었을 뿐, 상을 받질 못했었다.
어쩌다 독립출판사
지금 생각해보면, 참 비겁했었다. 더 노력해봐도 되었을 텐데, 그것보단 당장 옥죄어 오는 가난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괜히 만나본 적 없는 문예창작학과 졸업생들이 그저 막강해보였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도 모를 주부 문예인들이 두렵기만 했다.
결국 방황하다가 팔자에 없던 장사를 해서 떨어먹고, 어렵게 취직을 해서 빚을 갚으며 살았다.
그런데 글밥을 먹고 살고 싶다던 인간이다. 그런 놈의 팔자가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문자 그대로 어쩌다보니 독립출판을 알게 되어 출판물을 만들고 출판사를 만들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랬더니 회사원 신분이었음에도 강연 의뢰나 매체 인터뷰 제안 등이 들어왔었다.
강연보단 특강
뜻하지 않게 길이 이어져서 달리다 보니 준비를 전혀 안한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내가 직접 글을 쓰는 건 얼마간 자신이 있었어도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거나 누군가에게 출판 진행과정에 대해 하나씩 알려준다는 게 쉽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변화에 공부를 하게 되었고, 강연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결혼 전, 마지막 황금기였다. 독립출판이라지만 출간을 했다고 작가란 호칭을 주변으로부터 들었고, 여러 인연을 만나기도 했으며, 배우기도 참 많이 배웠다.
특히 강연 기술이 내겐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때부터 내가 정체성을 혼란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리라.
내게 강연법을 알려준 스승이신 김홍걸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강연은 ‘강의 + 연기’라 하였다. 모두가 편히 알 수 있을 법한 교양지식,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을 듣기 편하게 정리하여, 무대 위 연기를 통해 재미나게 알려주는 게 강연이란 것이다.
문제는 그 당시에 그걸 직접 듣고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법이 완숙해지도록 딱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거다. 왜냐면, 난 글쓰기 자체를 알려주기 위해 이미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고 그게 자연스레 ‘특강’의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실
어쨌든, 그 시절은 내게 황금기였으며, 전환기였다. 인생에서 딱히 후회되는 게 없는 몸이지만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 시절에 진작 퇴사를 했어야 했다.’
허나, 평생을 비겁하게 살았더니 그게 이미 몸에 박혀버렸었나 보다. 고민 끝에 회사를 택하고 남았고, 5년이란 시간을 또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다.
그 사이에 내가 책을 냈던 사람이란 사실도 잊혀졌고, 강연도 뚝 끊겨버렸다.
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아내 덕이다. 아내가 내 활동을 지지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소설가, 1인출판사로 다시 시작하다.
이후로는 살기 위해 창작에 열을 올렸다. 막무가내로 글을 썼는데, 돈만 된다면 당장 그게 대필이든 뭐든 가리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다시 1인출판사 창업을 했다. 그때 회사원 신분이라 미처 다 해보지 못했던 활동을 원없이 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는 게 수익 면에서 조금은 더 안정적일 거 같다는 계산 덕이었다.
그렇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쉽던가?
내가 나의 글을 직접 쓰지 못하는 고통을 안은 채로는 한계가 있었다. 타인의 책을 연이어 만들어주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참 많았지만, 쌓이게 되는 감정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이었다.
아, 이 콘텐츠를 내가 직접 썼다면? 내가 직접 기획했다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원고들을 만난 날에는 잠들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내 글을 원없이 쓰지도 못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돈이 되는 것들부터 먼저 찾아서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돌고 돌아온 길
이런 나의 내적 고민이 다듬어진 건 정말 최근이다. 그간 여러 면에서 완숙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제는 내가 흔들림 없이 마음이 움직이는 일감만 추려서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수림 스튜디오다.
난 소설가이면서 1인출판사의 오너이며, 동시에 강연가다. 명함이 참 많지만, 내가 우선적으로 하는 일은 나의 창작이며, 다음으로 하는 일은 잠재력 있는 창작자들을 돕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 이 공간을 빌어 그간 내가 좌충우돌하며 쌓아온 지식을 공유해볼까 한다.
그게 여러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